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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기 사람 있어요
[2] 퇴근길, 누군가 따라왔다.
또황이가 왔어요~ 소리 질러~! 아 선생님들 코로나 때문에 답답하시잖아요. 이 김에 같이 소리 한번 지르고 갑시다. 쏘리 질뤄어~! (와악~!) 고맙습니다. 참.. 모두가 어려운 이 시기.. 선생님들은 잘 먹고 잘 쉬며 건강, 마음 모두 잘 챙기고 계신지요. 저와 우리 에디터님들은 이런 시기에도 일복이 터져서 줄야근을 하고 골골대고 있습니다. 얼마전에 한 친구가 야근하고 자느라 연락을 못 받았다는 저에게 "이런 시기에 몸 상하면 어떡하냐. 조심해야지."라고 하더군요. "내가 야근을 어떻게 막아."라고 퉁명스럽게 받아치고 말았지만 친구는 그저 걱정하는 마음이었겠지요. 야근은 못 막아도 코로나는 막아봅시다. 밥 잘 챙겨먹으면서요. 우리 선생님들도 식사 잘 챙겨드시고 꼭 건강하세요. 앙.
오의 의미 / 리오
 

퇴근길, 누군가 따라왔다.
 
그날도 야근이었다. 밤 열두 시쯤이었을까? 나는 사무실에서 나와 십 분 거리의 집으로 향하고 있었다. 어쩐지 심심해서(사실 무섭기도 했고) 친구에게 전화를 걸어 요즘의 안부에 대해 이야기를 나눴다. 당시 대학생인 친구는 전화만 하면 늘 소소한 이야기를 풀어내곤 했다. 복학생으로서 조별 과제가 얼마나 힘든 일인지, 교수님이 기말고사의 난이도를 너무 쉽게 냈다든지. 에어팟을 통해 쉬지 않고 그의 이야기가 흘러나올 때, 이상한 기분을 느꼈다.
 
사람의 감각이 어찌나 무서운지. 나는 순간 누군가가 따라오는 듯한 기분을 느꼈고, 바로 뒤를 돌아봤다. 그곳에는 한 아주머니가 멀뚱히 서 있었다. “야, 잠깐만. 누가 나 따라오는데?” 경찰에 신고해야 하는 거 아니냐고 이상한 사람 아니냐고 끝없이 묻던 친구의 목소리가 귓속에 웅웅 울렸다. 나는 나보다 체격이 작은 아주머니를 보고 일단 안심하고(내가 힘이 더 쎌 거 같아서) 그에게 왜 나를 쫓아오느냐고 물었다.
 
아주머니는 우리 집이 어디냐고 답했다. 이어 우리 집에 같이 가자고 했다. 황당해진 나는 “싫어요. 돌아가세요.”라고 몇 번을 말했으나, 그는 계속 우리 집에 가겠다고 말했다. 이대로 집에 가면 분명 따라올 것이 뻔하기에 계속 따라오시면 경찰에 신고하겠다 했더니, 아무도 없는 골목길을 가리키며 “저기 사람 있는 거 같지 않아?”라고 딴소리를 했다. 미친 사람 아니냐며 도망가라는 친구의 목소리를 뒤로하고 이 시간에 사람이 어딨냐고, 경찰에 신고하겠다고 했더니 이번엔 언덕 위를 가리키며 또다시 “저기 사람 있는 거 같지 않아?”.
 
순간 여러 생각이 스쳐 지나갔다. 경찰에 신고를 해야 할까? 뭐라고 신고하지? 직접적으로 내게 해를 가하지 않는다면 처벌받지도 않는다고 하던데. 집으로 뛰어갈까? 내가 어디로 들어가는지 보지 않을까? 아, 어떡하지?
 
밤 열두 시. 원래 살던 서울 같으면 빛나는 편의점, 운동하는 사람과 강아지, 술집에서 나온 사람들을 마주칠 시간이지만 목포는 그렇지 않다. 특히나 우리가 살고 있는 원도심은 주민들의 연령대가 높아 밤 아홉 시만 지나도 고요하기만 하다. 차 아래서 쉬고 있는 고양이와 눈만 마주칠 뿐이다.
 
다시 돌아와서, 경찰에 신고하는 것이 의미 없을 거라 판단한 나는 주민들이 함께 쓰는 단톡방에 카톡을 남겼다. ‘우진장 현관 비밀번호 뭐예요?’ 우진장은 우리 집으로 가는 길에 위치한 괜찮아마을의 쉐어하우스다. 노란색 외관이 빛나는 그 집에 친구들이 몇 살고 있었다. 진동이 울렸다. 분명 누군가는 자지 않고 있을 거라 생각하고 떨리는 손으로 답장을 확인했다. 동우 씨가 일 분도 채 되지 않은 시간에 답장을 했다.
 
나는 안도하며 아주머니에게 갈 테니 따라 오지 말라 말하고 우진장을 향해 걸었다. 빠른 걸음으로. 우진장 현관문 앞에 섰을 때였다. 뛰는 소리가 나서 뒤돌아보니 아주머니가 불편한 다리로 절뚝이며 내게 뛰어오고 있었다. 다급한 마음에 비밀번호를 빨리 치고, 문을 열고, 현관문을 닫았다. 반투명한 현관문 앞에 아주머니가 멀뚱히 서 있었다.
 
어쩐지 오싹해 이층으로 올라가니 동우 씨가 무슨 일이냐며 물었다. 그간의 일을 알려주고 함께 창밖을 바라봤다. 아주머니는 나와 처음 마주친 곳에서 어딘가를 바라보고 있었다. 동우 씨는 차로 데려다주겠다며 조금 있다 나가자고 했다. 10분쯤 지나서 다시 창밖을 바라보니 아주머니가 없었다. 차로 1분도 걸리지 않는 거리지만, 혹시나 싶어 뱅뱅 돌아 집으로 갔다.
 
누군가는 우리나라의 치안이 얼마나 좋은지에 대해 열을 올리며 이야기한다. 그렇게도 치안이 좋은 세상에서 어떻게 조심할 수 있을까 하고 고민하다가, 안전을 위협하는 사람들을 미워하다가, 이내 한정된 안전함에 대해 생각한다. 날 쫓아온 사람이 남자였다면, 나보다 덩치가 컸다면, 한 명이 아니라 여러 명이었다면. 주변에 사는 친구들이 없었다면.
 
늦은 시간에 불안한 마음으로 이동해야 하는 것이 아직 버겁고 슬프다. 그렇지만 슬픔이 커질 때 언제든 부를 사람이 있고, 꾹꾹 눌러 담은 이야기를 들어주고, 그저 유달산과 목포대교 앞을 걸어줄 사람이 있다는 사실은 어쩐지 힘이 된다. 함께 놀다가 쉐어하우스에 사는 친구들이 혼자 사는 친구들을 차례로 집에 데려다주고, 씩씩하게 집으로 돌아가는 모습을 보면 웃음이 나기도 한다. 비대면 서비스가 늘어나고, 모든 것을 전자식으로 하는 세상에서 이토록 사람과 부대끼는 마을에 살다니. 서른 명의 가족 같은 친구가 생겨버린 셈이다.



 
노적봉도 식후경 / 덕수


고등학교를 마치고, 스무 살이 되었을 때 부모님 품에 벗어나 홀로 살고 싶은 마음이 간절했다. 부모님은 ‘경제적 독립’을 독립조건으로 제시했고, 나는 대학 시절 내내 아르바이트와 각종 프리랜서, 인턴 일로 하루하루 연명하며 살았다. 서울 한복판에 홀로서기란 쉽지 않은 일이었다. 그러던 와중 학교 자유 게시판에 올라온 ‘하우스 메이트 구합니다’란 글을 보게 됐고, 내 셰어하우스 라이프는 그때부터 시작이었다.

셰어하우스는 가족이 아닌 사람들이 거실이나 주방 따위를 공유하며 한 집에 함께 사는 형태를 말한다. 나는 5년 동안 셰어하우스에서 살았다. 총 5채의 집에서 14명의 사람들과 식구로 지냈는데, 아는 이 하나 없이 내려온 목포에서도 나포함 4명이 한집에 같이 사는 중이다. 목포에서는 혼자 사는 일이 서울만큼 어렵진 않지만, 홀로 대충 차려 먹는 밥보다 부엌에 여럿이 모여 열심히 지어 먹는 밥이 더 좋은 나는 이번에도 누군가와 함께 사는 길을 택했다. 

 

(반가운 얼굴과 익숙한 얼굴)

3월 초에 서울에서 연진 씨가 놀러 왔다. 연진 씨는 공장공장 전 멤버로 사내에 <소연진 어록>이란 코너를 탄생시킨 장본인이다. 그는 수지침을 수치심, 넷플릭스를 넷플렉스, 체크리스트를 버킷리스트, 인트로 파트를 인터파크로 대체하곤 했다. 거실에는 연진 씨를 보고 싶어 했던 동네 사람들이 하나둘 모였고 간단하게 먹자던 점심은 어느새 8인분의 식사 자리가 되었다. (요리사: 덕수, 연진, 영범 / 메뉴: 딸기 샐러드, 버섯 듬뿍 오리고기 볶음, 아라비아따 스파게티)
 

(식탁이 너무 작아)

집과 회사가 가까운 덕에 점심을 집에서 직접 차려 먹는 날이 몇 있는데, 이날은 일화 씨가 함께했다. 식탁이 좁은 탓에 감바스와 불고기, 김치만 간신히 올린 채 밥그릇은 식사 끝날 때까지 들고 먹어야 했지만, 알차고 평화로운 한 끼로 기억된다. (요리사: 영범, 인애 / 메뉴: 월계수 잎을 넣은 감바스, 달짝지근한 불고기, 영범 씨 어머니의 김치)
 

(여기 맛집 맞네)

매일 말만 하다 진짜로 들리게 된 <리오집>. 점심때마다 집에서 직접 차려 먹는 리오 씨 요리가 궁금한 참이었는데, 직접 맛볼 기회였다. 리오 씨는 냉동 새우라 믿기지 않는 오독한 식감의 새우로 매콤한 오일파스타를 금세 만들어냈고, HENDRICKS에 레몬과 탄산수를 섞어 예쁜 잔에 담아냈다. 후식으로는 가장 좋아한다는 청우의 쫀득 초코칩을 내줬는데, 예쁜 잔에 담긴 술과 환상의 조화였다. (요리사:리오 / 메뉴: 쉬림프오일파스타, HENDRICKS, 쫀득 초코칩)


(일단 먹자)

떡볶이는 공장공장 사람들이 자주 시켜 먹는 야식 중 하나다. 매번 같은 곳에서 시켜 먹는 떡볶이가 물려 새로운 곳에서 주문을 시도한 어느 날이었다. 우리는 생각보다 너무 적은 양에 실망했지만, 고픈 배를 달래기 위해 최선을 다해 먹었다. (요리사: 어느 떡볶이집 주방장 / 메뉴: 떡볶이, 각종 튀김, 순대) 


(매운 갈비찜 너머 리오 씨)

전날 야근하고, 개인 작업하러 사무실 가는 길에 익버와 마주쳤다. 익버는 매운 갈비찜 집으로 향하는 중이었다. 나는 함께 하겠냐는 물음에 주저하지 않고 버스에 올라탔다. 마침 허기진 상태라 뭘 사갈까 고민하던 참이었다. 

리오 씨와 나는 식사자리에서 마주 앉는 일이 잦다. 맛깔난 식탁 풍경을 담기 위해 핸드폰을 들 때마다 리오 씨는 음식 건너편에서 고개를 살짝 젖힌 채 익살스러운 표정과 자세를 취한다. 그러면 나는 낄낄대며 한번 누를 셔터를 5-6번 누르게 된다. (요리사: <예술집> 주방장 / 메뉴: 매운 갈비찜)


(다들 고마워요 🧡)

괜찮아마을에는 생일자를 한 주 내내 축하해주는 문화가 있는데, 이번 생일자는 나와 담담이었다. 사람들은 저마다 직접 구운 케잌을, 정성스레 적은 편지를, 노오란 프리지아를, 일회용 필름카메라를, 고민하다 고른 책 한 권 등을 건넸다. 한 주가 끝날 무렵에는 숙현, 달수 씨가 <최소 한끼>에서 생일 파티를 열어줬는데, 참으로 정성스럽고, 유쾌하고, 정신없는 시간이었다. (요리사: 숙현, 달수 / 메뉴: 각종 과일, 케잌, 피자 등)


(면요리들)

나는 면 요리가 좋다. 부담스럽지 않달까. 한 접시 요리라 먹을 때 번거롭지 않고, 배가 불러도 계속해서 들어간다. 남들은 밥 배, 디저트 배 따로 있다던데, 나는 면 배가 따로 있는 거 같다. (왼쪽부터 차례로 <온도>의 명란 크림파스타, <마지아레스토>의 안심크림파스타, 인애의 간장 국수와 덕수의 김치 비빔국수)

*
공장공장: 덕수가 매일 출근해야만 하는 일터. 공장공장은 목포에 자리 잡은 에이전시로 공간, 기획, 출판, 영상 등의 다양한 프로젝트를 수행 중이다.
영범: 공장공장의 기획자이자 덕수의 하우스메이트 중 1명.
일화: <퇴근의 쓸모> 에디터이자 <여기 사람 있어요> 편집장.
인애: 괜찮아마을 예술인이자 덕수의 하우스메이트 중 1명.
리오: <오의 의미> 에디터.
은혜: <박장꾸의 건강 일기> 에디터.
익버: ‘익스퍼루트 버스’의 줄인 말. 공장공장 탄생 이전에 있던 여행사<익스퍼루트>에서 사용하던 봉고차로, 지금은 공장공장 셔틀버스로 운행 중이다.
괜찮아마을: 실패해도 괜찮은 사람들이 모여 사는 곳.
숙현: 원도심 채식 식당 <최소 한끼>의 주방장이자 덕수의 전 룸메이트.
달수: 목포의 날씨요정. 그 말에 의하면 그가 있는 곳은 항상 날씨가 좋다.



 
박장꾸의 운동일기 / 바그


명상
 
나는 어디 앉아서 진득하게 있는 걸 잘 못한다. 끼리끼리라고, 고등학생 때부터 친한 친구들 역시 나와 비슷해서 예쁜 카페에 가더라도 한 시간을 앉아있지 못하고 나오고는 한다. 이런 내가 목포에 와서 명상을 시작했다. 시작한 이유는 단순했다. 잠들기 전 시간이 많이 남아서. 서울에서는 출퇴근하는 데에만 시간을 2시간씩 썼는데, 지금은 전기자전거로 왕복 10분이면 출퇴근이 가능하니 당연히 시간이 남을 수밖에.
 
이렇게 단순한 이유로 명상을 시작했는데, 그 효과는 단순한 이유와는 비교할 수 없을 만큼 좋다. 나는 'Calm'이라는 어플을 이용해서 명상을 하는데, 그 안에서도 '7일간의 자존감 높이기'나 '7일간의 스트레스 줄이기' 등의 주제가 있는 세션을 주로 듣는다. 사실 15분 동안 가만히 바닥에 주저앉아 있으면 다리가 많이 저리고 허리가 아파서 힘들다. 그럼에도 꾸준히 하는 이유는 명상이 내게 도움이 많이 되기 때문이다. 예를 들어 어마어마한 스트레스가 날 덮치는 상황이라면 '7일간의 스트레스 줄이기' 세션에서 일러준 스트레스를 줄이는 방법이 떠오른다. 나는 그걸 생각하면서 자연스럽게 심호흡하게 되고 스트레스를 줄일 수 있게 된다.
 
경험하지 못한 것들을 하면 나를 더 잘 알 수 있다고 한다. 나는 명상을 통해 나를 통제하는 것에 생각보다 의미를 많이 둔다는 걸 알게 됐다. 내가 듣는 명상에서는 내 감정이나 상태가 어떤지 파악하고 그것이 나쁘다거나 잘못된 거라는 판단을 내리지 말라는 이야기가 자주 나온다. 나는 주기적으로 우울감을 깊게 느끼는데, 특정한 이유가 있어서라기보다는 우울감에 빠지면 모든 상황이 우울감의 이유가 되는 편이다. 명상을 하기 전에는 이럴 때 표출하고 싶은 대로 모두 표출했다면, 지금은 내 상태를 객관적으로 파악하고 감정에 끌려가지 않고 보다 건강한 방식으로 풀어낼 수 있게 됐다. 이 과정이 '여기 사람 있어요' 2월 호 '달리기'와 닿아있다는 생각이 든다. 내가 나를 관리하는 기분이 들기 때문이다.
 
언제나 바쁘게 돌아가는 서울이라면 할 수 없었던, 나를 위한 노력들을 목포에 와서 많이 하고 있다. 꾸준히 운동을 하고 명상을 하고 관심 가는 분야들을 공부하면서 말이다. 가끔은 귀찮기도 하지만, 내 일상을 가꿀 수 있는 목포에서 지내는 동안만큼은 계속해볼 생각이다.



 
퇴근의 쓸모 / 부또황


2편. 나만 생각한 한 끼


아빠는 사업을 했고, 화가 많았다. 사업을 한다는 건 원래 그런 건지 정말 신기하게도 밥을 먹을 때.마.다. 현장에 문제가 생겼다는 전화가 왔다. 그는 앉은 자리에서 우리 귀청이 떨어지도록 소리를 지르며 전화를 받았고 그가 성질을 부리며 전화를 받는 동안 엄마와 나와 동생은 죄지은 사람처럼 조용히 숨죽여 음식을 씹었다. 나는 그렇게 밥을 먹으며 자랐다. 

그래서 그런지 밥 먹는 것을 좋아해 본 적이 없었다. ‘맛있다’는 느낌도 잘 몰랐고, 먹고 싶은 게 있어 본 적도 잘 없다. (과자나 아이스크림 같은 군것질거리에는 환장한다.) 밖에서 남들이 맛있다는 걸 사 먹어도 속이 편하지는 않았다. 게다가 밥 먹을 때마다 꼭 이런 말을 하는 사람들이 있었다. “왜 이렇게 못 먹어. 그러니까 그렇게 말랐지.” 나는 말랐는데 밥도 ‘못' 먹는 사람이 되기 싫어서 억지로 음식을 넘겼다. 그렇게 먹으면 당연하게 체했다. 

그런 나에게 혼자 밥해 먹는 시간은 정화의 시간이다. 조용한 부엌에서 채소를 씻고, 썰고, 볶는다. 덜렁이라 아주 쉽게 다치기 때문에 밥을 할 때는 무척 집중해야 한다. 집중하면 마음이 정화된다. 요리든 뭐든. 마늘 볶는 냄새나 양배추 볶는 냄새는 또 얼마나 향긋한지. 가볍게 먹는 걸 좋아해서 주로 야채를 볶고 다른 반찬 하나 정도를 곁들여서 먹는다. 밥은 주말에 냉동해두었다가 하나씩 전자레인지에 돌려먹는다. 가끔 국도 끓여서 같이 먹는데, 내가 끓인 국에서는 꼭 엄마가 끓인 국 맛이 난다. 엄마는 나에게 ‘시집가면 맨날 할 텐데 벌써부터 할 필요 없다.’며 요리를 가르쳐주지 않았다. 근데 꼭 엄마가 끓인 그 맛이 난다. 어딘지 모르게 되게 맛없는 맛… (엄마 미안ㅋ 근데 우리 뭐가 문제일까?) 

요리를 끝내고 나면 넷플릭스를 보면서 밥을 먹는다. 밥을 먹을 때 옆에서 소리 지르는 사람이 없다는 건 정말 평화로운 일이다. 맨날 보는 시트콤을 보고 또 보면서 밥을 다 먹고 단것도 좀 먹으면서 늘어져 있으면 ‘쉬는 것 같은’ 기분이 든다. 그제야 오늘 고생했다 싶고 오늘도 딱 잘라 퇴근하길 정말 잘했다고 생각한다.

목포에 내려와 별난 사람들과 징하게 부대끼면서 나를 많이 돌아보게 됐다. 그런 과정 속에서 나를 점점 더 잘 알게 되는데, 나는 참 세상 어디에서도 불안하고 불편했더라. 가정환경 때문인가? (유쾌한 웃음..) 하지만 여기에서는 나를 위해서 속이 안 좋을 때는 굳이 먹지 않는 것과 배가 부르면 수저를 내려놓는 것을 연습하고 있다. 여전히 어려워서 위장이 남아나질 않지만.. 또 작년에는 회사에서 동료들과 점심을 직접 해 먹었는데, 그 시간들을 통해 함께 밥해 먹는 것의 따뜻함, 재미와 맛있음도 알게 됐다. 매일 “맛있다.”고 소리 내 말했던 것 같다. 나는 그런 말을 해 본적이 없는 사람인데...

여러 가지 이유로 더 이상 회사에서 밥을 해 먹지는 않지만 그래도 여전히 이 사람들과 함께 맛있는 걸 먹는 따뜻한 시간을 보낸다. 그리고 그 시간이 소중한 만큼 정시퇴근하고 부리나케 집으로 달려가 ‘나만 생각한 한 끼’를 해 먹는 시간도 아주 소중하다. 내 위장 건강과 정신 건강을 위한 정화의 시간. 내 퇴근의 쓸모.


이번 달에는 다시 사람 죽이는 줄야근을 하면서 생활 리듬 다 깨 먹고 위장 건강도 엉망이 됐다. 이번 주 월요일에는 아침 8시에 퇴근을 했다. 응 아침 8시. 집에 가는데 몸과 마음이 온통 병들었던 작년 생각이 났다. 우리는 언제까지 이런 식으로 일해야 하는 걸까? 어두운 생각이 조금 올라왔지만 이제 집에 가는 것이 두렵지만은 않았다. 집에 가서 나를 위해 할 일이 있으니까. ‘나만 생각한 한 끼'를 해 먹고 늘어져 쉬는 것! 얼른 집에 가자. 우헤헤! 

- 다음 달에는 ‘3편. 웃음의 힘을 믿나요’로 돌아올게요. 세상 사람들~! 다음 달에도 정시 퇴근 많이 합시다~!
편집 후기
-
어떡해? 벌써 4월이래. 벌써 4월인데 아직도 후기쓸 줄 모르는 사람이 있나봐. 수군수군.. 수군수군.. 
많은 것을 바라지는 않을게요 그냥 몇마디 소감만이라도...

여기 사람 있어요
서울 밖에서 살아가는 사람들의 사랑스러운 일상을
어딘가의 당신에게 제안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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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생을 다시 설계하고 싶은 다 큰 청년들을 위한 
쉬어도 괜찮고 실패해도 괜찮은 작은 사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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